세종시에 대해서는 논의출발 당시부터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당초 정략적 목적에서 시작하다 보니 지역과 지지기반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결과적으로 협의와 타협보다는 극단적인 대결로만 치닫고 있다. 찬반론자가 부딪히는 주요 쟁점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 시행시기, 관할범위 등이다.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입장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세종시법의 국회 통과는 물론, 이후 시행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자족도시 가능한가
회의론자들은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가 허구라고 공박한다. 현 계획대로 정부부처가 이전해도 공무원과 가족을 합쳐 인구가 채 6만 명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대학 등이 세종시로 옮겨가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세종시 건설청 관계자도 "세종시가 경제자유구역도 아니고 인근 오송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반면, 추진론자들은 자족기능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바뀐 술수라고 반박한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기 때문에 행정기능이 중심인데도 자꾸 자족기능을 앞세우면서 사업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기관 이전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기업과 대학이 세종시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고 옮겨올 테고 자연스레 자족기능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입지만 선정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이전하는 수도권과 달리 정부가 먼저 나서야 사업이 진행되는 지방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시기와 사무범위
내년 7월 세종시 출범이 무리라는 주장은 그 이전에 5,200여개에 달하는 광역시의 사무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거를 댄다. 결국 시 출범 후에도 권한이 불명확한 '무력한 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부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출범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사무범위를 아무리 서둘러 확정해도 법안 통과 후 족히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진론자들은 시 출범 전에 권한을 모두 확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세종시가 상당기간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자력으로는 주요 사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부권한 배분보다 도시의 틀을 갖추는데 주력하자는 것이다.
출범시기와 관련, 한달 전인 6월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논란이다. 9만 여명에 불과한 충남 연기군ㆍ공주시, 충북 청원군 주민들이 광역시장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측은 공무원 등 외지인의 시범단지 입주가 2011년 하반기에 시작되기 때문에 인구가 늘어난 2012년 총선이나 2014년 지방선거 이후로 출범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한다. 반면 추진론자들은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겸하는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초기의 절대적인 인구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재반박한다.
청원군의 반발
충북 청원군의 시 편입 반발에 대한 해법도 양측으로 갈린다. 추진론자들은 세종시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의회의 의견이나 주민투표 결과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행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030년을 목표로 시를 조성하는 마당에 한두 달 늦춘다고 해서 지장을 줄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당초 계획에는 일부만 세종시에 포함됐다가 주민들의 요구로 군 전체가 시에 포함된 연기군에 비해 처음부터 시 편입에 반대해 온 청원군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이전고시 늑장 의혹
정부가 6월 말까지로 약속한 정부 이전기관의 변경고시를 계속 미루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측 모두 불만이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국토해양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행안부는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세종시 자족기능 보완방안' 연구 결과가 나와야 이에 맞춰 이전기관의 우선순위와 범위를 정할 수 있다며 입을 닫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연구결과 초안이 완성됐지만 공개하거나 행안부에 통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전고시 문제와 세종시의 자족기능은 아무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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