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70년대 긴급조치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과 '추영현 반공법ㆍ긴급조치 위반' 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은 78년 송기숙(74) 전남대 국문과 교수 등이 '국민교육헌장'의 비민주성을 비판하고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량징계 등 현실을 규탄하는 성명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작성해 해외 언론사와 대학가에 뿌린 사건이다.
송 교수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유언비어 날조ㆍ유포 등) 혐의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았고, 성명서에 서명한 다른 전남대 교수들도 전원 직위 해제됐다가 같은 해 10월 복직됐다.
진실화해위는 "중앙정보부 전남지부가 송 교수를 체포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중앙정보부법에 열거된 수사범위(내ㆍ외란죄, 반란ㆍ이적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결론 내렸다.
추영현(79)씨는 74년 일간스포츠 편집부 차장으로 재직 당시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경찰 정보원에게 북한 실정과 민청학련 관련 발언을 했다가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로 4년3개월을 복역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서울 남부경찰서가 한때 회사동료였던 정보원을 이용해 1년여 함정수사를 펼쳤고, 수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하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또 74~79년 9차례에 걸쳐 발동된 '긴급조치'가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을 확인, 국가에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된 당사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재심 등을 통해 무죄를 밝혀줄 것을 권고했다.
권혜령 조사관은 "긴급조치법이 폐지돼 재심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국회가 유신통치로 인한 과거사 정리를 위해 별도의 입법조치를 하고, 헌법재판소도 긴급조치가 위헌이었음을 밝히는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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