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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개헌 바람 타고 수사권 독립 군불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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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개헌 바람 타고 수사권 독립 군불때기

입력
2009.09.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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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법률전문가에 연구 의뢰 등 논리 개발

경찰이 최근 국회 개헌 논의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수사권 독립'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군불 때기에 나섰다. 2005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실패를 경험한 경찰은 이번에는 전면적인 여론전 대신 법안 개정 논리를 세밀하게 다듬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개헌안 최종 연구보고서에는 영장청구권의 검사 독점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이 현행 조항 유지 방안과 함께 제시됐다. 현행 헌법은 12조 3항에서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란 구절을 삭제하는 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경찰청이 김선택 고려대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 보고서의 결론과 일치한다. 김 교수는 올해 1월 헌법연구자문위가 개최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영장청구권의 주체가 헌법에 규정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없고,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으로 국민이 체포, 구속 과정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해 이를 최종 보고서에 반영시켰다.

개헌 보고서에 영장청구권의 검사 독점 조항 삭제안이 담긴 것만으로도 수사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경찰로선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공언한 개헌 추진 일정에 맞춰 김선택 교수에게 보고서 용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헌법 12조 내용이 바뀔 경우 경찰도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나아가 검사의 수사권과 경찰 지휘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한 논리 개발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초 서울대 조국 교수에게 검사 수사지휘권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연구를 의뢰해 10월 초 결과를 받기로 했다. 지난달엔 경찰 수사권과 검찰 기소권 분리를 정당화하는 연구를 한림대 박노섭 교수에게 맡겼다. 아울러 공판중심주의 시행을 앞두고 검사는 공판,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내용의 연구를 곧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2005년엔 검찰 수사지휘권의 근거인 형사소송법 195, 196조 개정에 치중해 "수사 종결권과 기소권은 검찰이 갖되 수사 진행권은 간섭하지 말라"며 일본식 모델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공판중심주의 시행을 전제로 수사 종결권도 경찰이 갖는 영미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의 이 같은 전방위적 논리 개발은 당장의 전면전 대신 장기전에 대비한 성격을 띠고 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 논의 환경이 훨씬 열악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를 율사 출신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고, 최근 바뀐 청와대 참모진도 경찰에 우호적인 인사가 적어 보인다"며 "당장 개헌, 행정체제 개편 등 큰 현안이 많아 개정 법안을 발의해줄 의원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포석 아래서 경찰이 승부수를 던질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은 2012년 전면시행될 예정인 국민참여재판(배심원제)이다.

경찰청 민갑룡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공판 현장에서 유죄 여부가 판가름 나는 형사 배심원 재판에선 경찰 수사관이 증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검찰과 경찰을 상명하복 관계로 규정해 증인의 신뢰성을 해치는 현행 법규와 맞지 않다"며 "검찰 조서에 증거 능력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312조 역시 공판중심주의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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