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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케케묵은 국악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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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케케묵은 국악은 가라

입력
2009.09.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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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질 '2009년 명품국악실내악축제'는 국악이 움직이는 생물체라는 사실을 웅변해 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묵직한 주최자명이 한가운데서 이 행사의 중립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좌로부터 우까지 펼쳐지는 스펙트럼이 찬연하다.

정악의 상징 '수제천'에서 퓨전 국악 그룹 바이날로그까지 망라하는 이 행사는, 우리 고유 음악 어법은 박물관에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동시대적이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김진아(가야금), 민아(해금), 선아(거문고) 세쌍둥이로 이뤄진 국악 퓨전그룹 IS 같은 존재는 굵직한 행사장이라면 모시지 못해 안달이다. 또 12월말까지 매달 두 번씩 인천시립박물관의 석남홀을 잠 못 들게 할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 여행'은 거문고 트리오 다비의 음악을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몸짓에 녹여 못보던 감흥을 연출했다.

지난 7월 '아라리오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펼쳐진 퓨전 국악제는 소극장에서 열린 무대였지만 가야금과 거문고라는 '줄풍류'의 현재를 선명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20명의 젊은 가야금 연주자로 이뤄진 그룹 가야금280은 전통 가야금은 물론 25현 가야금으로 정악과 산조의 풍성함을 선사했다. 이 자리에서 확인된 거문고의 변신은 더욱 이채로웠다. 거문고 그룹 거문고팩토리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무대는 거문고의 현재를 입증했다.

길은 이어진다. 양적인 변화는 질적으로 승화된다. 선비의 풍류 악기로 인식돼온 거문고가 여성의 섬세한 정서를 표현하는 매체로 변신했다. 최근 발표된 여성 거문고 주자 장은선씨의 창작 독주곡집 '女心(LOEN)'은 거문고의 새 지평을 열었다. 명기 매창, 황진이, 허난설헌 등 여류 시인들이 남긴 절창에 이상규씨 등 작곡가들이 붙인 선율을 붙였다(사진).

굳이 포스트모던의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계의 넘나듦은 선구적 예인들의 숙제다. 1970년대, 모든 음악 어법을 융합(퓨전)하자는 거대한 흐름의 선두에 섰던 재즈 기타리스트 존 매클러플린은 말했다. "퓨전은 예술가의 내면에서 비롯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

이 점에서 장씨의 진술은 각별한 의미를 띤다. "서울대에서 강의하며 이 시대는 물론 미래의 거문고 음악을 보여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것. 그야말로 법고창신이다.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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