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이 열렸지만 여야의 힘겨루기로 정기국회는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1일 오후 2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렸다. 지난 7월22일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던 여야가 모처럼 함께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시작하기 직전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외쳤다. 장 의원의 '선창'에 맞춰 민주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언론악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사퇴하라' 등이 적힌 노란색 피켓을 일제히 들었다. 한나라당 의원석에서는 "에이" "뭐 하는 거야"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이 개회사를 읽기 시작하자 미디어법 통과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김 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 받은 이윤성 부의장이 주재한 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법이 강행처리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서로 날을 세웠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끝까지 타협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기본원칙(다수결)에 따라야 한다. 나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수결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국정감사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도 계속됐다.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접촉에 이어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갖고 의사일정을 협의했지만 절충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10·28 재보선 직전에 실시되는 국정감사는 정책토론장이 아닌 선거운동장이 될 우려가 크다"며 국회법대로 9월 10일 개시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곧 개각으로 인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다 열흘 안에 시작하자는 것은 졸속 국감을 하자는 것"이라며 관례대로 추석(10월3일) 이후를 고수했다.
한편 김형오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이)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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