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의원 선거에 불어 닥친 역풍에 쓰러진 자민연립정권의 거목들이 줄줄이 정계를 떠날 전망이다. 1960년 29세에 첫 당선돼 현역 최다인 49년의 정치역정을 겪어낸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ㆍ78) 전 총리는 마흔살이나 어린 의사 출신 민주당 오카모토 미쓰노리(岡本充功ㆍ38)에 패한 뒤 "성(盛)한 자는 반드시 멸(滅)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번 결과는 내 부덕의 소치"라며 아내에게 눈물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31일 "가이후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73세 이상이면 비례대표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자민당의 정년규정에 따라 소선거구에만 출마한 고령의 전 총리, 장관, 당간부 15명중 12명이 고배를 마셔 이들의 정계은퇴 선언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형성했던 공명당도 초토화했다. 공명당은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대표를 비롯 소선거구에 나선 후보 8명이 전원 낙선하는 등 정당결성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토교통장관을 지낸 후유시바 테츠조 전 공명당 간사장은 낙선 뒤 "내 사명은 끝났다"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반면 여성총리 후보감으로 꼽히는 노다 세코(野田聖子) 소비자 행정담당장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관방장관 등은 소선거구에 패하고도,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려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이 같은 자민당 간부 및 장관출신이 10여명이나 된다. 노다 세코 전 장관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국민들이 자민당에 'NO'한 결과"라고 책임을 통감했다.
살아 남은 자민당 고위인사들도 박빙의 승부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후지TV 출신 미야케 유키코(三宅雪子ㆍ44) 민주당 여성후보에게 신승을 거둔 거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ㆍ73)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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