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이 솔솔 분다. 웰빙 열풍에서 시작된 이 바람은 에코와 로하스 같은 용어들을 양산하며 진화를 거듭한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수많은 에코맘과 에코파파가 등장했다. 수많은 친환경주의자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친환경에 관한 책을 진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리는 두 부류의 입장 차를 듣게 되었다.
'아르마니 속옷을 입는다고 내 몸의 일부가 되지 않지만 햄 한 조각은 몸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반면 슬로푸드 대회가 농장, 식당,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패스트푸드의 제국> 의 저자 에릭 슐로서의 비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양평의 유기농 딸기밭을 방문했을 때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노인들이 맡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의>
농장 주인은 노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당장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질 거라며 걱정했다. 유기농법으로는 60억 명을 먹여살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정말 덜 먹는다면 음식의 질을 고를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어려운 이웃들의 소식을 듣고 있자면 친환경이 배부른 소리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어느 자리에서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난데없이 제 나라의 굶은 애들은 두고 다른 극빈국의 아동을 돕는 이들로 흘러갔다. 결국엔 애꿎은 길고양이 애호가들에게로 비난이 퍼부어지면서 끝이 났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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