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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기자의 증시 프리즘] 오래 묵힌 우량주, 그맛이 일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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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기자의 증시 프리즘] 오래 묵힌 우량주, 그맛이 일품일세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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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 전문가가 확실히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투자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른바 '곡괭이 투자법'이다. 그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저평가 우량주를 매입한 뒤 증권예탁원에 찾아가 실물 주권을 직접 찾아온다. 다음 곡괭이로 집 앞마당에 깊이 1m 이상의 구덩이를 판다. 상자에 넣은 뒤, 위를 콘크리트로 메워 버리면 투자법'이 마무리된다.< p>

기자가 "무슨 그런 투자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주권을 땅에다 묻고 콘크리트까지 덮었으니, 웬만해서는 주식을 팔지 않을 것 아니냐. 10년만 주식을 팔지 않으면 대박이 보장된다."

그런데 '곡괭이 투자법'이 꽤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게 실제로 확인됐다. 굿모닝증권에 따르면 1995년 2월9일(주가 963.77포인트)부터 2005년 2월7일(949.19포인트)까지 거래된 495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10년간 오른 종목은 전체의 26%인 130개에 불과했으나 삼성전자 농심 태평양 롯데칠성 등 우량주는 상승률이 평균 500%를 넘었다.>

한국일보 장기 구독자라면 어디서 본 듯한 기사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 기자가 4년4개월 전에 쓴 내용(2005년 4월26일자)다. 당시 필자는 2005년 8월까지 증권 담당으로 근무한 뒤,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여의도 증권가를 출입하고 있다.

그 동안 증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5년 기사에 등장했던 증권예탁원과 굿모닝증권은 각각 한국예탁결제원과 굿모닝신한증권(9월부터 신한금융투자증권)으로 바뀌었고,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국정감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핵심 이슈는 달라지지 않았으니 다름아닌 '참을성 없는 투자자' 논란이다. 2005년에 '곡괭이 투자'라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해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건만, 4년이 지난 지금도 '펀드 환매' 등 조급한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푸념이다.

고객 예탁자산이 4조원을 넘는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일반인과 달리 부자는 참을 줄 안다"며 "우리 지점에서는 환매 고객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곡괭이로 땅 파는 투자의 유효성은 10년은커녕 3년이면 증명된다. 우량 기업만 골라 매월 일정액을 3년 동안만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외환위기 이래 손해 본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그는 자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차트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증시가 곤두박질해도 '주식을 사라'는 증권사 속성상 이 지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최근 국내 초우량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우량 기업을 땅에 파묻는' 투자가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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