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곤(56) 구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이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이슬람계 알바니아인들에 대해 '인종청소'를 주도한 거물급 전범 재판에서 재판장을 맡게 됐다.
31일 ICTY에 따르면 권 부소장은 199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학살로 기록된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64)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이 재판에는 권 부소장을 비롯해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플뤼게(62) 재판관과 프랑스 출신의 미셸 피카르(54ㆍ여) 재판관이 재판부를 구성하며, 9월 재판 준비절차를 거쳐 10월초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다. 검찰 측이 요청한 증인만 500명이 넘어, 실제 선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5년 보스니아 내전 종결 이후 13년 동안 도피생활을 하던 카라지치는 지난해 7월 변장을 하고 가명을 쓰면서 살다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서 체포됐고, 집단 학살과 인종박해, 반인도적 범죄 등 11개 혐의로 ICTY에 기소됐다.
'발칸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가진 카라지치는 재판을 받다가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라트코 믈라디치(67) 전 스르프스카 공화국군 참모총장 등과 함께 보스니아 내전의 핵심 전범으로 지목돼 왔다.
93년 ICTY가 창설된 이후 지금까지 160여명의 전범이 기소됐고, 지난 7월 세르비아 출신 전범 밀란 루키치(41)에게 종신형이 내려지는 등 50여명이 형을 선고 받았다.
사시 19회 출신인 권 부소장은 헌법재판소 연구부장과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2001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ICTY 상임재판관에 지명돼 지난해부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재판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고, 대법관제청자문위의 추천을 받아 이번 신임 대법관 후보 4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