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추수철을 앞둔 농부처럼 바쁘게 일손을 움직이고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간의 설비 투자가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고 있어서다. 특히, 2분기를 저점으로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어 설비투자 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5조8,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현대제철은 내주부터 제철소 가동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올 연말 고로(용광로) 시운전을 앞두고 쇳물 원료(철광석ㆍ석탄)를 당진공장 부두를 통해 들여오는 것. 원료 도입은 제철소 가동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도 있지만, 당진제철소가 세계 최초의 밀폐형 친환경 제철소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기존 제철소에서는 원료가 외부에서 처리ㆍ보관되는 과정에서 날림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원료 손실과 환경오염을 유발했다. 반면, 당진제철소는 부두로 들어온 원료가 용광로에 투입될 때까지 모두 밀폐형 저장 및 이동 시설을 통해 처리되고 있어 환경오염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일 당진공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같은 친환경 제철소 건설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정 회장은 여기서 제철소 건설 막바지 상황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연산 400만톤(자동차 400만대 생산규모)의 쇳물을 직접 생산해 자동차 강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내달 말부터 연산 150만톤 규모의 후판공장을 첫 가동, 시제품에 생산에 돌입한다. 2007년 3월 총 9,300억원을 투자해 착공에 들어간 당진 후판공장은 동국제강이 핵심 역량을 집중한 곳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선박 발주 주문이 줄긴 했지만, 대형 조선소의 경우 3년치 가량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조선용 후판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박이 대형화ㆍ고급화함에 따라 동국제강이 생산할 차세대 고강도 후판의 경우 1조원 이상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압연설비와 가열로 등 주요 설비에 대한 시험 가동을 진행 중이다.
앞서 7월 전기로(電氣爐) 제철소를 첫 가동한 동부제철은 현재 공장 설비가 원활하게 가동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제품(열연강판) 품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동부제철은 올해 생산되는 제품은 건축자재와 강관 등으로 쓰고, 내년부터는 품질을 한 단계 높여 자동차 내장재 등 고급 제품 생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동부제철은 총 8,640억원을 들여 고철을 녹여 고급 철강재를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를 완공해 지난달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3위권 제철소인 '글로벌' 포스코는 그간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힘입어 하반기 들어 잇따라 주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6월에는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를 준공,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고, 8월 초에는 멕시코 알타미라에 연산 40만톤 규모의 자동차강판 공장을 세워 북미 자동차 시장 확대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내달에는 베트남에 연산 12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을 완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그간의 설비투자가 업계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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