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마운드에 그야말로 거물(巨物)이 뜬다. 키 207㎝에 몸무게 90㎏. 메이저리그 통산 300승을 돌파한 '빅 유닛' 랜디 존슨(샌프란시스코)과 키가 같고, 또 같은 좌완이다.
주인공은 순천 효천고의 장민익(18). 최근 열린 2010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전체 7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야구 역사상 이만한 장신은 없었다. 최근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한화 우완 김주(200㎝)가 가장 컸다.
장민익과 현재 프로야구 최단신 김선빈(165㎝ㆍKIA)과의 차이는 무려 42㎝. 훗날 두산-KIA전에서 이 둘의 '극과 극' 대결은 색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
장민익은 2학년이던 지난해 전국대회 3경기에서 1패(평균자책점 15.00)에 그쳤다. 올해 성적은 8경기 2승3패(평균자책점 3.46). 날고 기는 기대주들 사이에서 명함도 내밀기 힘든 성적이다.
지난달 29일 끝난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장민익 본인조차 "1라운드 지명은 생각지 못했다"고 할 정도. 하지만 두산은 무한한 가능성에 투자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뒤 진짜 거물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이 섰다. 130㎞ 중반에 머물던 구속이 최근 144㎞까지 치솟는 등 놀라운 성장 속도도 매력이었다.
농구? 배구? 야구밖에 몰랐어요
아버지 장병태(42)씨와 어머니 박순란(39)씨의 키는 각각 183㎝와 173㎝. 장씨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장)민익이는 중학교 1학년 때 벌써 190㎝가 넘었다"고 말했다.
장민익의 키는 프로농구 '국보급 센터' 서장훈(전자랜드)과 같다. 학창시절 농구, 배구 등 큰 키가 유리한 종목에서 부단히 탐을 냈을 법하다.
아버지 장씨는 "(장)민익이가 중학교 1학년 때 배구쪽에서 제의가 있었다. 하지만 애당초 야구를 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열렬한 야구팬인 아버지의 뜻과 마찬가지로 장민익에게도 야구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다른 종목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어요."
랜디 존슨, 류현진, 임태훈처럼
지나치다 싶을 만큼 큰 키 탓에 야구를 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을까. 장민익은 "도움이 됐으면 됐지 불편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순발력이 떨어져 보이긴 하겠죠.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아요."
장민익을 상대하는 타자는 2층에서 내리꽂는 듯한 낯선 공이 분명 부담스러울 터. 직구 외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구사에 능한 장민익은 "제구력도 보완하고 구속도 늘려 비교대상인 랜디 존슨에 가깝게 실력을 키우겠다. 또 류현진(한화) 선배의 투구폼과 임태훈(두산) 선배의 배짱도 본받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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