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각에서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ㆍ소득세 추가 감면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당초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정책을 도입할 때는 감세를 통한 투자 확대 및 소비 진작을 기대했는데, 그런 긍정적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해에 이어 내년에 실시되는 추가 감면을 유예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재원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정책에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감세정책 도입 배경과 그 효과를 따져볼 때, 유보 검토는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 투자 촉진과 소비 진작을 위해 법인세ㆍ소득세율 대폭 인하를 추진했지만, 기대했던 투자 증대와 소비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재정 운용에 ‘빨간 불’만 켜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어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07년 29.6%에서 올해 35.8%로 높아진 데 이어 내년에는 4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20개국(G20)에 포함된 11개 신흥국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높다.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는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제적 효과 없이 재정만 악화시키는 감세정책은 유보하는 게 맞다고 본다.
또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지금처럼 세법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기업의 투자금액 중 일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했다가, 금세 연말 종료로 바꿔 재계의 불만을 샀다. 감세 유보와 강행 사이를 오간 것도 여러 번이다. 자동차 철강 등 중ㆍ장기 투자가 필요한 국가기간산업의 경우, 기업 관련 세제의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빨리 감세 유보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감세를 당분간 유보하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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