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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핑퐁스타'의 아들 안병훈 US아마추어골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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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핑퐁스타'의 아들 안병훈 US아마추어골프 우승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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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몰 사이즈 볼'의 기적을 쏘아 올린 영광의 스포츠 가문이 탄생했다.

'탁구 커플'로 유명한 안재형(44)-자오즈민(46)의 외아들인 안병훈(18)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제109회 US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안병훈의 부모가 왕년의 국적을 초월한 '한ㆍ중 핑퐁 스타'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 전인 1989년 결혼한 안재형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남자 복식 동메달을 땄고, 아내인 자오즈민은 중국 대표로 나서 은메달(복식)과 동메달(단식)을 목에 건 올림픽 메달리스트 커플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아들이 탁구가 아닌 그것도 세계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에서 우승,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아들의 미국 골프유학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아버지가 이번 대회에서 직접 캐디를 맡아 '부자'가 우승을 합작했다.

탁구와 골프는 구기 종목 중에 볼 사이즈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탁구는 직경이 4㎝이며 골프는 4.267㎝ 정도다. 경기 방식과 구질은 다르지만 부모의 작은 공 다루기 유전은 속일 수 없었다.

안병훈의 골프입문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은 안병훈은 초등학생 때 특별활동으로 골프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고 재능도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 가족의 힘

안재형은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1년 편지글을 통해 "병훈아! 골프는 특히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종목이다.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을 때 신경질을 부리고 화를 낸다고 어려움이 해결되는 게 아니란다. 잘 하려는 욕심은 좋지만 연습이 우선이란다"고 다독였다.

또 "세계적인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땀을 흘렸기 때문에 그 자리에 설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골인지점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 같이 출발선에 선 너를 보면서 엄마와 아빤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 프로골프(PGA) 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너의 말. 누구보다 운동선수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을 거다"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안재형은 "골프를 시키려면 미국에서 제대로 시켜 보자는 생각에 중학교 2학년 때인 2005년 12월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보냈다"고 밝혔다.

안재형은 처음에는 아들만 미국에 보냈지만 체계적인 뒷바라지를 위해 2007년 대한항공 여자탁구팀 감독을 맡은 지 1년 만에 그만 둔 채 '골프대디'로 인생을 바꿔 아들과 함께 힘든 미국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2년 만에 빅매치 우승이라는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안재형은 "사실 우승은 예상도 못했다"면서 "내가 올림픽에서 동메달 땄을 때 보다 더 기쁘다"고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안병훈은 평소 뒷바라지를 해 주고 직접 캐디를 맡아준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도 "아버지가 평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가끔 '집중해야 되니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는 중국에 계셔 1월에 보고 못 봤는데 곧 플로리다로 오실 예정"이라며 가족 상봉을 기대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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