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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전남 하태도의 마지막 해녀들… 천연기념물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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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전남 하태도의 마지막 해녀들… 천연기념물이 따로 없네

입력
2009.09.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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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햇살을 받아 가을하늘 빛을 띤 바다 속으로 물 옷 입은 사람들이 인어처럼 날렵하게 자맥질을 한다. 오리발이 잠깐 보이더니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저기서 '호이 호이' 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잠수복을 입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커다란 전복과 해삼이 들려 있다. 해녀다. 전복 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에 해녀들이 물안경을 벗고 다가 온다. 모두 할머니들이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깊고 짙은 주름이 바닷물에 젖어 훈장처럼 빛난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태도리 하태도.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20Km, 쾌속선을 타고 3시간이나 걸린다. 아직 큰 배를 댈 선착장이 없어서 작은배로 옮겨 타야 오를 수 있는 남도의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40여 가구에 8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섬 마을에는 그 흔한 승용차와 노래방 술집 은행이 없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은 해녀가 16명 이나 있다. 최고령인 최정금(77) 할머니를 비롯해 70대가 주력인 하태도 해녀는 제일 '어린' 막내가 육십에 가깝다.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숫자는 점점 줄어 많을 때는 40여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16명이 전부다.

"숟가락 들수 있는 꼬맹이 댓 살 때부터 물속에 들어가기 시작해 70이 넘은 지금까지 해녀일로 살고 있지라" 바닷속으로12발(약10M) 정도 들어가도 귀가 아프지 않아 해녀 체질이라는 고내춘(72)할머니는 자식 키우느라 힘든 것도 몰랐다며 해녀 일을 아무렇지 않은듯 말한다.

"우리가 죽어 버리면 할 사람이 없는데, 이 어장을 누구에게 내줄랑가 모르제…" 내자식이건,남의 자식이건 이힘든일을 권하지 않겠다고 김단임(70)할머니는 긴한숨을 내쉰다.

"이분들이야 말로 천연기념물이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대학에 해녀학과를 설치해 과학적으로 해녀를 키워 내야 하고요." 마을 주민들의 하소연을 뒤로하고 하태도의 마지막 해녀들은 다시 푸른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하태도=사진·글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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