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만 남긴 채 기소되지 않았던 국회의원 6명의 실명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거론됐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서갑원 민주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회장은 서 의원 측 변호인이 "한나라당 H의원에게 차명을 통해 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시인했다.
변호인은 이어 다른 의원 5명의 실명도 차례로 거론하며 질문했으나 박 전 회장은 답변을 아꼈다. 변호인이 "민주당 L, K, W의원에게도 1,000만원씩 차명으로 전달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박 전회장은 진술을 거부했다. 또 박 전 회장은 "한나라당 A, K의원에게도 500만원씩 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피했다.
앞서 박 전 회장의 측근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도 지난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소되지 않은 다수의 의원들에게 박 전 회장의 후원금이 전달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변호인이 실명을 거론하며 질문하자 "본건과 관계가 없다"고 제지했지만, 변호인이 박 전 회장 증언의 신빙성 검증을 위해서라고 밝히자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판 직후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치자금은 박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입금했기 때문에 해당 의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 기소하고, 입금된 사실을 몰랐던 의원들은 기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지윤 기자 l 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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