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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학회·서울대·한중연 4~5일 공동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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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학회·서울대·한중연 4~5일 공동 학술대회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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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한국은 식민지배와 해방, 분단, 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연이어 겪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떼를 짓고 서로를 가르며 대부분의 이념을 전복해 왔는데, 유독 '민족'이라는 관념은 암묵된 가치로 보존했다.

그러나 금세기 들면서 민족 관념의 견고성도 붕괴됐다. 자본과 인력의 전지구적 이동으로 인한 다문화 현상, 또는 디아스포라(분산, 이산 또는 흩어진 사람들)는 민족주의와 격한 파열음을 내며 충돌하고 있다.

한국사회사학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가 4~5일 공동 주최하는 학술대회 '민족공동체의 현실과 전망_분단,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사회사'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민족공동체가 처해있는 현실을 점검하는 자리다.

발표될 논문 가운데 월남(탈북)민과 재일동포에 관한 글을 통해 21세기 '한민족'이라는 관념 체계가 마주한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살펴본다.

탈북인, '같은 민족'과 소수자 사이

김귀옥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는 '월남민, 소수자, 그리고 민족정체성'에서 변화하는 반공 코드와 민족 정체성의 좌표에 주목한다. 그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 남쪽으로 내려온 원조 월남인과 이들의 후계 격인 탈북인 사이에 "냉전과 탈냉전의 경계"가 존재한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동족이자 소수자인 이들의 존재를 통해 민족이 맞닥뜨린 "다문화적인 고민"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월남민이 "강력한 반공국가의 전위부대로서, 또 무조건적 지지자로서" 쉽게 남한 사회의 시민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대신 이런 자리매김의 과정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부정해야 했는데, 김 교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되 철저하게 반북적이어야 했다. 빨갱이, 북한 사람을 증오해야 했다"며 이들의 겪은 정체성의 혼란을 되짚는다.

반면 1990년대 이후 탈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은 "더 이상 반공 코드로 모든 것을 웅변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 버린" 사회다. 김 교수는 최근 탈북인들에겐 "진보와 보수, 근대와 탈근대의 다양한 조류 속에서 자기 옹호와 검열의 기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그 기제는 "자본주의적 코드 속에서 남한 사회에 동화되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변신을 꾀하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탈냉전 시대에 민족 정체성을 고민하는 데 "탈북인의 존재가 호소력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다른 소수자들과 달리 탈북인에게 왜 시민권을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이니치, 그리고 민족

윤건차 일본 카나가와대 교수는 "태생부터 마이너리티이자 디아스포라"인 '자이니치(在日)'의 존재를 통해 민족의 의미를 고찰한다. 재일 조선인 2세인 윤 교수는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일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는 동안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그 내용이 변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약 45만명 정도의 자이니치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3세, 4세의 아이덴티티 존재방식은 1세대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급격한 글로벌화 속에서 자이니치가 다양화하고 있다. 젊은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인, 즉 '코스모폴리탄'이고자 한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이니치로 살아가려는 의지의 근저에 "선택불능의 현실로서의 역사가 있어서, 정면으로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대처해가지 않을 수 없는 내면의식"이 있다며 아이덴티티의 존재를 드러낸다.

윤 교수는 "아이덴티티의 핵심은 국가, 조국이나 고향, 전통이라는 것보다 출신, 또는 내력에 대한 자각"이라며 "재일 조선인은 예전의 종주국이자 여전히 자기반성이 없는 일본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남북분단을 뒤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개개인들이 민족에 연루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윤 교수가 제시하는 "자이니치가 일본과 남북한의 사람들, 그리고 세계와 공존하는 길"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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