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후임 총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민당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패배감과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1955년 당시 민주당과 자유당 탈당파가 손을 잡고 창당한 자민당은 하토아먀 이치로(鳩山一郞) 초대 총재 이후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보수 수권 정당의 기반을 구축했다.
하토야마 이치로는 이번에 자민당을 무너뜨린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의 할아버지다. 자민당 경쟁 상대였던 사회당은 30여 년 동안 자민당의 아성을 넘보지 못했다. 냉전 체제에서 경제성장으로 내달리던 일본은 보수 자민당 체제를 최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장기 불황에 저성장의 세월이 닥치면서 자민당 일당 지배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처음 사회당에 대패한 이후 자민당은 내분이 있을 때마다 탈당에 시달렸다.
1993년 미야자키(宮澤) 내각이 불신임 받고 중의원이 해산되자 자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신당사키가케 등을 만들었다. 총선 후 자민당은 1당을 유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반자민 야당이 정권교체를 달성한다.
이듬해 자민당은 만년 라이벌 사회당과 손 잡고 정권을 회복했지만 연립정권이 아니면 정권 유지가 불가능했다. 그 내리막길의 종착역이 이번 총선이었던 것이다.
총선 참패로 의원수가 크게 줄면서 자민당 인물난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총재 선거는 9월 중순 열리는 총리 지명 특별국회 이후에 실시된다. 인물난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성 장관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현실화할 경우, 참의원 의원이 총재가 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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