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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다산과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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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다산과 김대중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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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기행 일번지 전남 강진을 다녀왔다. 다산 초당과 영랑 생가를 들르고 강진청자축제도 둘러보았다. 상경하는 길엔 해남 대흥사를 들러 한여름 푸른 계곡과 숲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모란이 피는 5월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영랑 생가에서는 한국 정원의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한옥 뒤란 대숲에서 불어오는 자연바람의 청량함도 맛보았다. 다산 초당으로 이어지는 '뿌리의 길'을 올라가노라니 뒤얽힌 역사의 흔적을 더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여름 한낮인데도 산자락 초당 주변은 어둑한데, 그 당시 적막한 유배 생활의 신산함은 어떠했을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천일각에 올라 강진만을 바라보며 유배 간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틈틈이 떨어진 자녀들에게 경계(警戒)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다산 선생은 18년 간의 유배생활 중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등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산처럼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낸 사람은 드물다. 다작을 넘어 풍작을 이룬 근간에 그의 메모 정신과 부지런함이 있었다. "동 트기 전에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라고 이른 선생의 말씀은 후세의 마음을 채찍질한다.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한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 습관처럼 기록하고 본능으로 기록하라고 하신 다산의 말씀은 오늘날 작가뿐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필기구와 메모 도구가 발달하고 손전화의 메모나 일정관리를 활용할 수 있는 현대인들은 어찌 보면 다산보다 더 생산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기간에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업무로 할리우드와 라스베이거스를 둘러보면서 그 분의 업적을 생각해 보았다. 마침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의 주인공으로 나온 이병헌이 아시아 스타에서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확대, IMF 극복, 민주주의 강화, 노벨상 수상이란 기념비적 업적도 중요하지만 21세기 시대정신으로 보아서는 IT강국 입국과 문화예술 진흥이란 업적도 간과할 수 없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되 규제는 하지 않는 정책기조를 유지한 재임기간 중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일본문화 개방, 한국영화 중흥, 한류 열풍, 월드컵 4강 신화와 붉은 악마 응원으로 문화교류와 진흥이 활발해졌고 한국인의 신명이 세계에 알려지고 정보통신 기반의 비약적인 발달로 디지털 강국의 위상을 높였다. 어느 때보다 한국인의 흥과 역동성, 한류와 디지털로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었다.

다산과 고 김대중 대통령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 18년 간의 유배 또는 옥중생활, 카톨릭 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식인의 자세, 다양한 분야의 해박한 지식, 개혁정신,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도 그렇지만 메모광이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옥중에서 틈틈이 메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온 김 전 대통령은 다산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평생 실천한 분이었다. 간단한 것 같은 메모의 습관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합리성, 예술적 감수성을 확산하는 실마리가 된다. 두 분이 남긴 역사적 업적들은 찬란하다. 그러나 두 분이 실천한 메모의 습관은 현세를 사는 우리들과 후세에게 영원한 귀감이 된다. 메모의 습관을 잘 활용한 다산, 김대중 같은 인물들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무수히 나오기를 기대한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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