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아 덩치가 커진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 은행이 자칫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정부가 파산 시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해 돈을 쏟아 부어 몸집을 키워놓은 대형 은행들이 오히려 경기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시장을 과점하는 사례가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WP는 JP모건체이스 은행과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Wellsfargo) 은행이 미국 전체 예금의 10%씩을 점유하는 등 시장에서 막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은행은 씨티그룹과 함께 미국 전체 모기지 증권 발행액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정부가 개입한 구조조정으로 덩치를 키웠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 '대마불사'은행들의 시장 과점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사례연구에 들어갔고, 결국 '모럴 해저드'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제 이들 4개 은행이 올 1분기 수수료를 8%까지 올린 반면, 소규모 은행들은 12%정도 인하했다.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불린 은행들이 소비자의 축소된 선택권을 자신들의 이윤 쌓기에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기 충분한 사례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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