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최종 개표는 끝나지 않았지만, 잠정 개표와 출구조사로 보아 민주당은 중의원 480석 중 과반수인 241석은 물론 300석 이상을 넘어설 기세다. 최근의 일본 선거를 좌우한 투표율도 4년 전의 67.5%를 웃도는 것으로 잠정 집계돼, 민주당이 개헌안 의결까지 가능한 '절대 과반수'인 320석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있다.
4년 전 '우정 민영화 정책'을 비롯한 '고이즈미 개혁'을 들고나온 자민당이 296석을 휩쓴 반면 113석에 그쳤던 민주당이 당시의 참패를 보란 듯 설욕한 것은 무엇보다 자민당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 덕분이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고이즈미 개혁'마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세계적 경제 후퇴 물결에 떠내려 가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다.
자민당 주요 실력자들이 대부분 세습 의원으로 채워졌듯, 기득권에 안주해 온 전통적 체질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도자를 키우지 못한 것도 민주당 압승의 한 요인이 되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나 간 나오토 대표대행,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등의 '합리적 리더십'은 국민의 호감을 샀다.
민주당 압승과 자민당 참패로 요약되는 선거 결과는 실로 역사적이다. 일본 정치의 거대한 변화를 이미 실현했고, 새로운 정치구도를 예고했다.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고, 사회당 우파와 좌파가 재결합한 이래 계속된, 자민당 지배의 '55년 체제'가 54년 만에 전면 붕괴했다. 자민당 지배는 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비자민 연립정권을 출범, 잠시 주춤했다가 1년 만에 자민당이 재집권하면서 되살아 나는 듯했다. 길게 보아 16년 만에 55년 체제가 허물어졌다. 참패한 자민당이 급격한 이합집산만 겪지 않는다면 일본 정치는 자민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는 본격적 양당제로 옮겨가게 된다.
이런 의미 못지않게 주목되는 게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다. 과거사를 둘러싼 적극적 화해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체계적 경제협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한일관계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과거 자민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다양한 정책노선의 세력이 연합한 정당이고, 일부 현안에서는 자민당 이상 강경보수 색채를 띠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다만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추진할 '닫힌 일본'에서 '열린 일본'으로의 변화는 이웃나라의 적절한 평가에 의해 촉진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열린 마음'이 한결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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