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선 김대중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조촐한 사진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당사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노랑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쓴 소형 플래카드도 붙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유지를 압축해 표현한 슬로건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거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에서 몇 차례 거론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흔쾌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구 민주계는 참여정부 5년을 실패한 시기로 보고, 친노진영은 DJ를 가신정치, 지역주의로 대표되는 극복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1차적으로 야권 분열의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2007년 대선패배 뒤 대통합민주신당(열린우리당 후신)과 구 민주당이 부랴부랴 통합해 현재의 민주당이 됐지만 분열의 기억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뒤늦게나마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모시게 됐다. 물론 야권의 두 축이 모두 무너지고 거대 여당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그런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또 한번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럼에도 당사에 걸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민주당에 분열이 가져온 아픈 현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과거에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기회주의 정치를 한 적이 있다. (사진 게시는) 여기에 대한 반성, 그리고 청산을 의미한다"고 지난 과오를 겸허히 인정했다.
친노 핵심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당사에 두 분 대통령의 사진을 보니까 말할 수 없는 회한과 감동이 밀려온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안 최고위원은 "선거 때마다 자기가 만들어놓은 대통령하고도 차별화한다며 발로 걷어차는 이 역사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야권의 화두는 다시 통합이다. 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 사진에서 얻은 만시지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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