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에게 소액의 돈을 담보 없이 대출해 가난 탈출을 돕는 마이크로파이낸스에 대형금융기관들이 뛰어들면서 본래 뜻이 퇴색되고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기존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된 빈민의 자활을 돕는 착한 은행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빈민용 은행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각국 사모펀드들뿐만 아니라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대형 금융회사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60개국에서 8,000만달러의 기금을 굴리며 전세계 14만명 이상을 돕고 있는 소액대출은행 네트워크 플래닛 파이낸스의 회장이자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금융자본들이 마이크로파이낸스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영세민들의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대출이지만 부도율이 낮고 수익률이 좋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대형 은행이 투자에 나서면 더 많은 자금이 서민에게 흘러 들어가 좋을 것 같지만 금리를 올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잠비아나 방글라데시에서 최고 60%의 고리가 성행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세계은행 산하 글로벌 소액자문그룹 CGAP의 보고서에 의하면 공공 및 민간 투자자로부터 끌어들인 자금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운용되는 자산도 올해 1분기에 16%나 급증했다. 2007년 72%, 2008년 31% 성장에 이어 계속해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소액에 불과해도 꾸준한 이자를 챙길 수 있고 빈민을 돕는 은행이라는 선한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어 금융기업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장사이기 때문이다.
아탈리 회장은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빈민 구제라는 원래의 목적을 잃고 대기업이 돈벌이와 홍보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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