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뜨거운 햇볕으로 몸집을 키워가던 오리나뭇잎이 먹성 좋은 애벌레 가족에게 수난을 당했습니다. 왕성한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잎의 죽음은 바로 나무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기입니다. 나무는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요?
태어난 자리에서 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무는 다양한 생존비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잎을 과감히 포기하고 내년을 위해 준비해둔 겨울눈을 틔워 새로운 잎을 만들어 냅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빠른 속도로 잎을 키웁니다. 새 잎을 만든 자리에는 어김없이 새 겨울눈을 만들어 내년을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을 가리켜 흔히들 '식물인간'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아무런 힘이 없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생존 지혜를 들여다보면 '식물인간'은 터무니없이 잘못된 표현입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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