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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 미래와 혁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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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 미래와 혁신의지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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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 모처럼 경사가 났다.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 가 관객 1,00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영화인들도 절대 예견할 수 없다는'하늘이 내린' 숫자다. 뒤이어 개봉한 스포츠영화 <국가대표> 도 6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 것도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를 보인 여름 시즌에 거둔 성과다.

언론은 한국영화의 부활을 조심스레 점친다. 영화인들도 영화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영화의 본격적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1,000만 관객'영화가 매출 통계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수익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싹쓸이 효과'때문이다. 영화산업과 시장의 건전한 구조를 해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또 따른 이유는 스크린쿼터 축소 등 정책과 사회환경의 변화, 호황기에 완수했어야 할 산업 합리화의 지체 등이다. 이런 예견된 변수들에 소홀히 대비하다가 거품이 빠져버린 영화산업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해운대> 와 <국가대표> 의 대성공은 개별적 성취이자 행운일 뿐이다. 착시 효과만 일으킬 위험이 있다. 실제 최근 데뷔작 촬영에 들어가게 된 어느 감독은 제작되는 영화 숫자가 워낙 적다 보니, 자기 같은 신인에게도 연출 스태프가 몰린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화제작의 성과가 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건강한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자- 업그레이드 된 영화제작- 다각적 판로를 통한 수익창출- 투명하고 합리적인 이득배분-재투자'라는 안정적인 선순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만 한다. 많은 영화인들이 이런 모범답안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갈등과 진통이 따른다. 후진적 시스템의 허점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이익을 챙긴 이들의 기득권 포기가 필요하지만, 영화계의 피눈물 나는 자기혁신 의지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진화를 위한 의지가 열쇠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 더 나은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자기 희생과 추진력이다.

텍스트 차원에서 보더라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명쾌하게 확인시켜준다. <해운대> 와 <국가대표> , 그리고 올해 독립영화계의 흥행대작 <워낭소리> 는 장르나 규모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모두가 앞서 나왔던 비슷한 주제나 종류의 영화보다는 분명 훨씬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해운대> 의 윤제균 감독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던 전작 대부분이 스토리와 컴퓨터그래픽(CG)의 불균형, 혹은 부실함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데 승부를 걸었다. <국가대표> 의 김용화 감독도 최초의 한국 스포츠영화 흥행작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의 미덕들, 즉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헌신과 개성 있는 등장인물 및 다양한 사연, 실화의 현실성 등을 살리면서 우아함과 현란한 속도감을 겸비한 스키 점프의 매혹적 스펙터클을 첨단 CG로 실감나게 덧붙였다. <워낭소리> 의 이충렬 감독은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미장센과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유별날 정도로 집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을 정도다.

흥행작들은 어떤 측면에서든 화면에 도전과 진화의 흔적을 남긴다. 관객은 그걸 귀신처럼 알아챈다. 이제 제발, 남 탓은 그만하자. 영화든 산업이든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김선엽 영화평론가 · 수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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