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남자의 월등한 파워가 부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에서 남자의 힘을 빌리는 것은 엄연한 위반 행위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린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성별 논란이 일었다. 여자 800m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1분55초45)한 캐스터 세메냐(18ㆍ남아프리카공화국)는 성 정체성 논란을 빚으며 육상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외모상으로도 남성에 가까운 세메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여자선수들보다 3배나 많이 나왔고, 근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남아공육상연맹에 성 판별 검사를 요청했다.
영국의 일간지 <미러> 는 26일 '세메냐 논란'을 계기로 역대 스포츠에서 불거졌던 성 논란 사례 10선을 정리했다. 육상에서 성별 논란이 가장 많았고, 골프, 테니스, 사이클 종목 출신도 있었다. 미러>
불과 3년 전 아시아에서도 성별 논란이 발생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산티 순다라얀(인도)은 성별 검사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돼 메달을 박탈, 자살기도까지 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폴란드)도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스텔라 월시라는 여자 이름으로 바꾼 발라시비치는 1980년 강도사건 후 부검 결과, 남자 생식기를 가진 양성자로 드러났다. 2004년 짐바브웨의 국내육상선수권에서 7개 금메달을 목에 건 사무켈리소 시소레(짐바브웨) 역시 양성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을 속여 출전했다는 이유로 4년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호주 출신의 미아나 바거는 2004년 유러피언 여자골프투어에서 트랜스젠더 중 사상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역사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성별 논란이 불거졌고, 골프대회의 국제룰이 '태생 때의 성' 기준으로 바뀌었다.
장대 높이뛰기 선수였던 이보네 부쉬바움(독일)은 2002년 유럽챔피언십에서 동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한 실력파지만 이후 종적을 감췄다. 2007년 은퇴를 선언한 그는 남성으로 판명돼 '발리안'으로 불리게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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