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추가 감세 유보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내년 예정된 법인세ㆍ소득세 2단계 세율 인하를 유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 김 의장의 발언에는 최근 여당 내 기류 변화가 그대로 묻어 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가 감세는 'MB노믹스'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추가 감세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전히 강경한 감세론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아 아직은 단언하긴 힘들지만, 추가 감세 유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 감세 유보론 확산 배경
이달 초 열렸던 내년 예산 편성 당정회의. 일부 의원들이 추가 감세 유보론을 폈지만, 정부의 태도는 완강했다.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비과세ㆍ감면 축소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올해와 내년 각각 50조원 안팎의 재정 적자(관리대상수지)가 예상되는 마당에, 향후 3년간 5조원 가량 세수를 추가 확보한 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대기업ㆍ고소득층 증세'를 타깃으로 했다지만, 실제로는 서민들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 국회 기획재정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은 "나라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감세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당내 의견이 늘고 있다"며 "추가 감세를 유보하지 않으면 서민 부담만 늘리는 세제개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법인세ㆍ소득세 어떻게 될까
일단 유보가 된다면, '2년 유예' 방안이 유력하다. 김성조 의장도 "만약 유보가 된다 해도, 경제 회복을 감안해 2년 정도 한시 적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상징이랄 수 있는 감세정책 기조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서, 당장 봉착한 재정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세부적으론, '전면 유예'보다 '일부 유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낮은 과표 구간에서는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하되, 높은 과표의 최고 세율 인하만 유예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의 경우 과표 2억원 이하 세율은 예정대로 11%에서 10%로 낮아지는 반면, 대기업이 속하는 과표 2억원 초과 구간의 경우 올해 22%가 그대로 유지된다.
소득세 역시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올해 6~25%에서 6~24%로 낮아지고, 과표 8,800만원이 넘는 구간에서는 35%의 현행 세율이 유지된다. 이렇게 최고세율 인하만 유보하더라도 3조7,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소득세는 예정대로 인하하되, 법인세만 유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여당 의원은 "지금 논의의 중심은 세수 감소 효과가 큰 법인세 인하를 유보할 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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