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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의 사회적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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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의 사회적 지평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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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그룹이 대규모 투자 방안을 발표했고, 다른 기업들도 뒤따를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은 능력 나이 장애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이들을 고용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리추구의 극대화를 배제한다. 그러나 경영만큼은 기업처럼 합리적이어야 하고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투자와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

그러면 기업이 사회적 공익에 관심을 두는 것은 기업 영역에서 본질적인 것인가, 아니면 부차적인 것인가. 사회적 기업 지원을 비롯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사회적 책임 등과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자율적인 기업경영을 간섭하거나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들의 사회적 관심이 단지 보여주기 위한 치장일 뿐 여전히 사회와의 근본적인 불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두 가지 의견의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은 기업과 사회를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그래서 각자의 운동 논리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기업과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가까워져 있고 서로 객관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합되고 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시장만이 아니고 사회를 바라보고 고려하는 안목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 트렌드 연구를 통한 미래 전략상품의 선제적 개발, 사회적 환경의 안정화를 통한 기업환경의 지속적 개선 추구가 이미 주요 대기업들의 일상적 목표가 되고 있다. 나아가 투명한 지배구조와 차별없는 인사제도의 도입 등은 일정하게 사회적 기준을 충실히 반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 사회의 다른 주체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가치의 존중과 창출도 고려해야 한다는 균형 잡힌 관점이 필요하다. 수익가치를 창출하는 기본적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수익창출 과정이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도외시하는 맹목성을 지닌다면 기업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수익(profit), 인간(people), 지구환경(planet)의 균형적 추구를 기업 활동의 이른바'triple bottom-line'원칙으로 내면화하고 있다.

시장의 규범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 바뀌고 있다. 사회 책임투자의 원칙이 주요 국가들의 자본시장에서 규범이 되고 있으며, 연기금과 같이 기업에 유리한 장기 투자자들일수록 기업의 ESG(Economic, Social, and Governance) 원칙을 따져 묻는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이미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기업을 이런 잣대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거래소 및 평가기관들이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적으로 상거래나 무역에서 활용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기준으로 ISO 26000이 2010년에 최종적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사회적 상상력 발휘를

기업은 시장 안에서 성장해 왔지만 기업의 힘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역설적으로 시장만이 아니고 사회를 고려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시장인가, 사회인가'라는 명제를 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던 시대는 갔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시장과 사회에서 모두 잘 할 수 있는 창조적인 기업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의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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