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이상희 국방장관이 청와대 등에 보낸 서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자 사태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 장관의 서한 내용은 정부의 국방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국방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단순 의견 표명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 애썼다.
김병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이날 "이 장관은 국방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서한을 보낸 것"이라면서 "항의 차원이라기보다는 호소 성격이 짙은 협조 차원의 서한"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장수만 국방차관이 그 전에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국방예산 내용도 사적 의견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이 장관의 서한이나 장 차관의 보고는 양측간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겉으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대응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먼저 이 장관의 서한이 국방예산을 조정하려는 정권 차원의 움직임을 정면 반대하는 '항명성' 내용을 담은 데 대한 불만이 크다. 국가 전체의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정상황에 맞춰 국방예산의 증가분을 조금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인데 장관이 곧바로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더 큰 불만은 문제 제기 방식에 있다. 이견이 있다면 정부 내부 회의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의견을 내서 조율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언론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서한 발송 방식을 택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차관이 장관과 협의 없이 청와대에 의견을 낸 것도 문제이지만 군을 지휘하는 장관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정권 차원의 정책 방향을 반박한 것도 하극상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다른 의도를 갖고 문제를 확대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방예산 규모를 놓고 장관과 차관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하자 삭감 반대 입장인 이 장관이 전체 군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이 문제를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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