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병훈아! 골프는 특히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종목이다. '미국프로골프(PGA)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너의 말. 누구보다 운동선수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게."
자오즈민과 탁구커플로 유명한 안재형(44)이 2001년 골프를 갓 시작한 초등학생 아들인 병훈(18)군에게 쓴 격려 편지다. 운동선수의 피를 나눈 안재형-병훈 부자의 꿈이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다.
안병훈이 아마추어골프 최고 권위의 제109회 US아마추어 골프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안재형은 직접 아들의 캐디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안병훈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에서 매치플레이로 열린 준결승에서 바비크 파텔(미국)을 3홀 차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아마추어 랭킹 185위인 안병훈은 벤 마틴(미국ㆍ152위)과 36홀 매치플레이로 우승을 가린다.
9월17일이 18번째 생일인 안병훈이 우승할 경우 지난해 뉴질랜드 동포 이진명(19)이 세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인 18세 1개월을 갈아 치우게 된다. 안병훈은 "결승에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못해 옷을 5벌만 가져와 내일 입을 옷을 사야 한다"면서 "만일 우승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2005년 12월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난 안병훈은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살고 있으며 키 186㎝에 96㎏의 건장한 체격에 드라이버샷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자다.
안재형은 "아들의 영어 이름이 벤(Ben)인데 체구가 좋고 장타를 날려 친구들이 '빅 벤'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2006년 초 대한항공 탁구팀 감독을 맡았던 안재형은 유학중이던 아들이 몇 차례 빈혈로 쓰러지면서 아예 탁구 감독직을 내놓고 아들과 함께 미국생활을 하고 있다.
12번홀까지 1홀 차로 뒤지던 안병훈은 13번홀 버디로 타이를 이룬 뒤 14번홀부터 세 홀 연속 승리하며 2개홀을 남기고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할 경우 다음해 US오픈과 마스터스, 브리티시오픈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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