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이상희 장관의 '청와대 항의 서한'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이번 대응이 국가 안보를 염려하는 이 장관의 소신으로 보기보다는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돌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흘러나오자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27일 이날 평소와 다름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날 업무 보고 등 일부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이번 파문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상당한 충격과 함께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수만 차관이 장관을 제치고 예산을 협의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 장관의 행동도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이 빗발친 탓으로 풀이된다. 장 차관 역시 이날 오후 예정된 국방부 실무자들과의 현안점검회의를 갑자기 취소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국방부와 군 내부에서는 이번 파문을 최초로 알린 본보 보도의 출처를 놓고 극도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장관실은 이날 이 장관의 편지 발송 사실이 새어나간 곳을 찾기 위해 본격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기무사령부도 국방부 간부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 차관측 역시 차관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방부 내부 인사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보도 출처에 대한 이 같은 국방부의 관심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의 소신처럼 국가 안보를 고려할 때 국방 예산의 삭감이 부당하다면 국민들을 상대로 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장 차관의 소신이 국방 예산을 줄이는 게 불가피한 것이라면, 국방부의 수장인 이 장관과의 소통과 협의를 우선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파문이 일면 어떻게 사안이 외부로 노출됐는지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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