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수(甘肅)성 란저우(蘭州)출신인 천(陳ㆍ42ㆍ사진)모씨는 베이징(北京) 하이뎬취(海淀區) 학원가인 우다어커우(五道口)에서 수타면 장사를 한지 올해로 14년째인 고참 노점상이다.
중국에서도 국수가 맛있기로 유명한 란저우에는 후이족(回族)들이 많이 산다. 이들 후이족은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으로 얼큰하게 육수를 만들어 손으로 뽑은 국수에 쌉쌀한 맛이 나는 독특한 양념을 첨가한 천?(捵面)을 즐겨먹는다. 천씨 노점은 바로 이 우다오커우 거리에서 유일하게 천?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요즘같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질 때면 길가던 학생들이 모여들어, 한 그릇에 5~8위안(약 1,000~1,500원)인 천?이 하루 100그룻 정도 팔릴 만큼 인기가 높다. 천씨는 "장사가 요즘 같기만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런 천씨에게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중국정부가 고정적인 영업장소가 없는 노점상들에게 공상등록을 통해 합법 자영업자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점상들에게는 문화대혁명에 버금가는 충격이다. 얼핏 보기에 노점상들이 지정된 구역 내에서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또 영업허가증을 취득하면 이를 근거로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베이징의 노점상은 불법체류중인 외지인이 대부분이어서 영업등록심사과정에서 자칫 추방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또 돈을 못 벌어도 세금을 내야 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마음을 어지럽힌다.
천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노점상은 차라리 담당 공무원들에게 적당히 뒷돈을 주고 장사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합법 자영업자를 뜻하는 개체공상호(個體工商戶) 심사과정에서 고향으로 강제 추방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노점상은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인민이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암묵적으로 인정해 온 존재"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다 법 테두리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혼선과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베이징의 노점상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노점상들이 "날마다 관리자들의 단속을 피하면서 생활하느라 힘들고 피곤하다"며 "합법화 등록비용이 저렴할 경우 등록을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며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베이징 지역신문 신징바오(新京報)는 "노점상들이 합법경영으로 전환하면 고정적인 영업장소가 없는데도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세금납부 유무를 근거로 등록증을 갱신해 준다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세금을 내야 해 노점상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글ㆍ사진 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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