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모 백화점 판매 담당 부서에 전화가 걸려왔다. "나 청와대 ○○수석인데, ○○업체의 납품 건을 잘 봐달라."는 전화였다. 다른 부서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당장 그 백화점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난리가 났다. 회의에서는 전화를 건 사람이 진짜 청와대 수석비서관인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직접 수석에게 물어보자니 '불경죄'에 해당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무조건 부탁을 들어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그 수석의 지인을 수소문해 정중하게 문의토록 했다. 잠시 후 "일절 전화한 일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당 수석은 즉시 청와대 민정라인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현재 경찰청 특수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이처럼 청와대쪽으로 사칭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청와대 사칭'에 대한 경계주의보를 내부적으로 발령했다. 최근 청와대 직원 행세를 하는 사기 사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월에는 청와대 관계자를 사칭해 사업권 허가를 따내 주겠다면서 수억 원을 뜯어낸 70대 노인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달 초에는 청와대 문양을 새겨 넣어 만든 '짝퉁 MB시계'를 만들어 판매한 일당 10여명이 검찰에 붙잡혔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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