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9월 2일 개막하는 조각가 김동연(49)씨의 개인전 '아름다운 공포'의 주인공들은 석고, 혹은 브론즈로 만든 크고 작은 인형들이다. 양 팔을 벌리고 있는 이 둥근 머리의 존재에다 작가는 '몬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몽실몽실 귀엽다.
최씨가 만든 몬스터들은 인간이 하는 일은 모두 한다. 길을 닦고, 도시를 만들고, 동상을 만들고, 외출 준비를 하는가하면, 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심지어 창 밖에 모여 서서 전시를 보러온 인간을 구경하거나, '걸리버 여행기'에서처럼 사람 모양을 한 인형을 실로 묶어 끌고 가기도 한다.
전시장 곳곳을 누비고 있는 몬스터들과 달리 인간은 그 존재가 희미하다. 벽에 걸린 무채색의 납작한 건물들이 인간이 사는 곳이다.
김씨는 "괴물이나 유령 같은 상상 속의 존재들은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환경파괴, 전쟁과 기아 등 현대사회가 주는 공포를 말하기 위해 몬스터들을 다시 불러낸 것이다.
독일에서 주로 활동해온 김씨가 14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내년에 중국, 2011년 독일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인다. 27일까지. (02)739-493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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