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는 ‘예산 항의서한’을 청와대 등에 보내 물의를 빚은 이상희 국방장관을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한 총리는 장수만 국방차관도 불러 예산협의 과정에서 이 장관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꾸짖었다.
이 장관과 장 차관은 한 총리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한 총리가 27일 오후 세종로 중앙청사 내 집무실로 이 장관을 불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질타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경제가 어렵지만 내년도 국방예산은 일반회계 증가율보다 높게 책정하려 한다”며 “그런데도 장관 서한으로 정부가 마치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0.1%에 불과했고 과거 심지어 마이너스였던 적도 있었다”며 “ 장관이 주장한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은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안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고 정부의 의지다”며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군에도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로부터 10여분간 질책을 들은 이 장관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가 이어 장 차관을 따로 불러 질책하자, 장 차관은 “잘 해보려고 한 일인데 미숙한 일 처리로 논란이 빚어졌다. 대통령에게는 물론 총리와 국민에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한편 이 장관은 내주로 예정됐던 필리핀과 싱가포르 순방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방산 수출과 국방 협력 확대를 위해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필리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