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브라운 지음·이근영 옮김/프레시안북 발행·432쪽·2만3,000원
역사책은 흔히 인류가 문자로 기록을 남긴 약 5,500년 전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의 시간은 '선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데, 대체로 인간이 구석기를 사용하던 시절을 시점으로 삼는다. 그보다도 앞선 시간은 역사가 아니라 생물학이나 지질학, 혹은 천문학 같은 과학의 대상일 뿐이다.
<빅 히스토리> 는 이런 구분을 거부하며 역사의 대상을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것"으로 확장한다. 미국 도미니칸대 교육학과 교수인 저자 신시아 브라운은 "역사는 과학적 작업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구태여 두 부분으로 나눠 하나는 '과학'이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역사'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빅>
그래서 이 책은 137억년 전 우주의 시작인 빅뱅에서 출발한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 시간대_우주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_에 대해 과학 용어를 통해 생각할 능력을 갖게 됐으며, 그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이야기를 보다 큰 맥락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초(超)거시적 입장에서 기후, 음식, 성, 무역, 종교, 사상, 제국, 문화 등 역사의 기본 요소들을 다룬다.
<빅 히스토리> 의 관점은 특정한 민족이나 문화권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 시민의식이 필요한 글로벌 시대의 역사가 어떤 변종을 거치게 될지를 예견케 한다. 또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의 복합적 결과로서 역사를 구성함으로써,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새로운 통섭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빅>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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