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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나로호, 시련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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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나로호, 시련을 넘어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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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대를 박차고 우주를 향해 솟구치는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다. 종합상황실에서 지켜보던 필자도 첫 발사가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내 어긋났다. 인공위성 보호덮개 페어링의 한 쪽이 분리되지 않아 위성은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환호가 탄식으로 바뀌는 순간, 8년 세월을 오로지 나로호 개발에 바친 우리 연구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온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송구스러웠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너그러운 이해와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 것에 깊이 감사 드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한국 과학자들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지혜로운 자는 실패를 통해 다시 큰 성공을 거둔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이런 격려는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우주 선진국에 비해 40년 이상 뒤진 우리 앞에는 숱한 어려움이 놓여 있다. 앞으로도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특히 우주를 향한 국민의 열망과 성원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높고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나로호 개발사업을 통해 대형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센터를 갖추었고, 발사체 추적ㆍ 관제 및 데이터 송수신에 이르는 모든 장비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이번 발사에서 발사대 성능이 완벽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위성 발사체의 전체 시스템 설계를 우주선진국인 러시아와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소중한 경험을 축적했다. 발사체 상단부의 고체연료 로켓을 자체 개발한 것과 발사대 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제작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1단 로켓의 액체 엔진은 러시아 기술로 만들었지만, 공동으로 나로호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력 30톤 급 엔진 개발 능력을 쌓았다. 이런 기술적 성과는 2018년까지 우리 기술로 한국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데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로호 개발과 발사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은 우리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수백 명의 연구원과 기술진이 사생활을 온통 포기하면서 나로호 개발과 발사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과 그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였다. 그 꿈과 의지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 그리고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함께 하는 한, 우리는 어떤 시련과 어려움도 극복하고 우주 강국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나로호 발사는 우주개발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우주강국 진입을 향한 첫 걸음일 뿐이다. 성공적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위성을 궤도에 올린 뒤에도 우리에겐 기술 자립화라는 힘겨운 과제가 남아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기술로 우주에 가는 그날까지, 그래서 우주강국으로 당당히 서는 그날까지 우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내년 봄, 나로호는 다시 온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안고 우주로 향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번 발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해 우리 모두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거듭 국민의 너그러운 이해와 격려에 감사 드리며, 모든 연구원과 기술진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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