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세 자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1967년 '세 자매'를 국내 초연했던 국립극단이 42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세 자매'는 1967년 고 이해랑의 연출로 국립극단 제46회 정기 공연작으로 상연됐다. 물론 그 사이 여타 극단이 공연했지만, 초연 극장이었던 명동예술극장을 공연 장소로 택한 이번 무대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연출자 오경택씨는 일상의 섬세한 장면들을 역사와 사회의 격랑 속으로 밀어넣어 그것이 변해가는 모습을 사실적 무대와 연기로 표출한다. 결혼식, 왈츠, 축제 장면 등에 등장하는 춤과 라이브 음악은 국립극단의 앙상블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한다. 세세한 무대미술 등 국립극단이 아니고서는 좀체 현실화시키기 힘든 사실주의 미학의 힘이다.
초연 당시 나탈리아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원로 배우 백성희씨가 반백년의 세월을 지나 속물스런 부인 안피샤 역을 맡아 굴곡진 삶의 여정을 온몸으로 증거한다. 권복순, 계미경, 곽명화씨 등 여배우 트로이카가 이뤄낼 앙상블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속에서 애증과 삶의 아이러니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극에서, 꿈은 지연되고 어긋난다. 삶은 한없는 배반의 연속인가? 4막에서 연인들의 이별, 결투로 약혼자를 잃는 장면, 비루하고 지루한 삶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그래도 살아가려는 세 자매의 모습에 이 시대 한국사람들은 쉬 감염된다.
9월 4~12일 명동예술극장. 화∙목 오후 7시30분, 수∙금∙토 오후 2시, 7시30분, 일 오후 4시. 1664-2003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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