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가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회창 총재의 독선적 당 운용을 탈당의 핵심 이유로 들었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 당 운영',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태' 등을 잇따라 지적했다.
물론 탈당의 직접적 계기가 청와대가 그를 총리 후보의 하나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이 총재와의 갈등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나를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공작 세력으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었다"며 "국무총리직 제의는 내 자신이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말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기분이 씁쓸하다. 우선 화합과 소통의 정치를 위한 정부의 방법론이 여전히 투박함을 벗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세간의 소문대로 심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고 싶었다면 과거 'DJP연합'처럼 정책연합을 통해 자유선진당의 우려를 덜어 주어야 했다.
또 지역정당의 태생적 한계를 확인하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지난해 2월 이 총재의 자유선진당과 심 대표의 국민중심당이 통합할 당시 거대여당 견제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기지 않으려는 두 충청권 정당의 의견일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작은 이해로 뭉치면 언제든 그런 작은 이해로 갈라서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은 화합과 소통의 진의를 의심 받게 됐고, 자유선진당은 창조한국당과 합쳐 가까스로 이룬 국회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었다. 그 동안 자유선진당이 국회에서 보여준 짭짤한 중재 역할도 더 이상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서로가 아무런 실리를 얻지 못하고, 명분마저 흐린 심 대표의 탈당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은 한국정치의 구태만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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