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최지향 옮김/부키 발행·388쪽·1만4,000원
현대 사회에서 '착하게 살기'는 더러 '깊이 생각하기'와 같은 뜻이다. 예컨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 한 잔의 값 가운데 열대 고산지대에서 중노동에 시달렸을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일까' 하고 고민하는 일. 인간이 인간을 돕는 데 필요한 것은 돈보다 관심이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는 청바지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편하고 무난한 패션 아이템인 청바지가 내 다리를 감싸게 될 때까지 누군가 흘려야만 했던 땀과 눈물, 지구의 반대편에서 각각 부를 축적하고 오염을 감내한 인간을 담았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블루진,>
'메이드 인 ○○'이라는 꼬리표에 담긴 국가의 이름은 한 벌의 청바지가 거쳐온 긴 여정의 한 토막일 뿐이다. 저자는 "텍사스의 목화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방직 공정을 거친 후, 페루의 리마에서 재단되고, 멕시코시티에서 마무리작업을 끝내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통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담겨 있는지를 보여준다.
먼지로 숨조차 쉬기 힘든 아제르바이잔의 목화 조면 공장, 원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이탈리아 섬유산업의 현실 등을 현지 취재를 통해 생생히 전한다. 이탈리아의 가장 오래된 섬유회사 수석디자이너, 캄보디아 섬유공장 노동자 등 '사람'의 이야기로 청바지의 세계를 직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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