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2월까지 1,336만 명에 대해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28일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상당수 초중고생의 경우 내년 2월까지도 접종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며, 특히 보건당국이 접종 순위에 대한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 백신 수급ㆍ타이밍 문제 없나
우선 10월 중순에 나올 임상실험 결과가 관건이다. 한 사람이 반드시 2회를 접종해야 하고, 똑 같은 원료로 2~4배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면역증강제 사용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보건당국이 확보 가능한 백신은 연내 500만 명분, 내년 1~2월 250만 명분 등 750만 명분에 그칠 전망이다.
물론 1회만 접종해도 된다면 연내 1,000만 명을 접종할 수 있고, 면역증강제 사용이 가능하다면 정부는 내년 1~2월 녹십자 공급분(250만 명분)으로 500만~1,000만 명(2회 접종 가정)을 접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접종 타이밍도 문제다. 11월 중순이 돼야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유행이 예상되는 10~11월을 타미플루에만 의존해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영국이 하루 4만 명에게 타미플루를 지급해 감염 속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에 우리도 타미플루로 유행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고 밝혔으나, 어차피 타미플루가 예방약이 아닌 이상 확산 지연의 효과도 제한적일 개연성이 높다.
■ 백신 접종 순위 갈등 예상
1,336만 명의 백신접종 대상은 의료ㆍ방역요원(100만 명), 임산부와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420만 명), 군인(66만 명), 초중고생(750만 명) 등이다. 정부는 그러나 의료ㆍ방역요원과 임산부, 영유아에 대해서만 최우선 접종한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나머지는 순서를 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학생들을 먼저 맞힐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보건당국은 "결정된 게 없다"고 반박함으로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의료인의 경우 범위를 어디로 할 것인지, 만성질환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지 등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하다. 또 1,336만 명에는 수감자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인권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있다. 실제 이날 부산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 중이던 피의자 1명이 신종플루 의심증상을 나타내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특히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게되면 사회갈등으로 비화할 우려도 크다. 백신 공급이 750만명 분에 그친다면, 보건ㆍ방역 요원과 영유아 및 임산부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린 초중고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내는 물론 내년 2월까지도 접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구 본부장은 "백신접종 목표를 확산 방지에 둘지, 사망자 발생 억제에 둘 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10월쯤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전염 차단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우선 접종한다는 방침인 반면 영국은 사망자 억제를 목표로 노인ㆍ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먼저 접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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