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최초의 정권 교체", "관료 정치의 몰락을 가져온 일본 국민의 개혁 의지", "자민당 괴멸, 일본정치사에 이보다 큰 변화는 없다."
국내의 일본 전문가들은 30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를 '일본 정치 체제의 근본을 뒤흔든 정치사적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창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일 "반세기 넘게 집권해 온 자민당 1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양당제도로 변화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참의원에서 제1당인 민주당이 중의원에서도 과반을 확보, 일본 정치구조는 전후 자민당 1당 체제에서 '민주-자민' 양당체제로 대변혁을 이뤘다는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일본을 이끌어왔던 자민당과 관료, 재계라는 전후 일본의 3각 구조가 무너진 것으로 전후 55년 (자민당) 체제의 종언"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후 일본 개발 과정을 지탱했던 관료 정치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자민당이 관료에 넘겨준 정책ㆍ의사결정권을 일본 국민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에 넘겨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50년 넘게 일당 체제를 유지했던 자민당에 대한 반감이 이번 선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우정국 민영화 등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나눠먹기 식 정권 주고받기, 관료 정치 폐해 등 자민당 정치에 대한 혐오가 특별한 진보적 색채도 없고 이념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민주당에 기회를 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남창의 교수는 "정치인 2, 3세까지 등장하는 봉건적 자민당에 환멸을 느낀 국민이 관료정치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압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최근 주변국의 잇따른 수평적 정권교체가 자민당 불신과 맞물려 일본 내 정치 개혁의 동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원덕 교수는 "한국의 민주적 정권교체, 미국의 오바마 등장 등이 50년간 넘게 자민당 일당체제를 지켜본 일본 국민들을 자극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일, 중일 등 동북아 3국의 관계 개선과 대미추종적 미일관계 탈피를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외교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없다"며 아시아 중시 외교를 표방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의 말처럼, 민주당은 역사와 안보 문제에서 매파였던 자민당과 구별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후 근본 외교 정책이던 미일동맹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야기다. 이원덕 교수는 "민주당이 대미추종 외교에서 벗어난 자주 외교,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등을 언급했지만 실천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남창의 교수는 "자민당과 차별성을 두겠지만 전혀 다른 방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기호 교수는 "북핵 문제와 납치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이 자민당보다 더 강경해 북일관계는 긴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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