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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씨 유골함 절도 용의자 대구서 체포/ "꿈에서 최씨가 답답하다고…"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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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씨 유골함 절도 용의자 대구서 체포/ "꿈에서 최씨가 답답하다고…" 횡설수설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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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고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박모(40)씨가 사건 발생 21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수 차례 현장을 사전 답사하고 범행 후 우회로를 택해 도주하는 등 치밀한 범행수법을 보였으나 결국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본 주민의 제보로 덜미가 잡혔다.

■ 치밀한 범행수법

박씨는 4월 중순 경기 양평군 갑산공원묘원의 최씨 납골묘를 처음 찾았다. 이어 8월1일 새벽 1시36분께 다시 들러 10분 간 둘러본 뒤 멀지 않은 양평읍의 한 철물점과 석재공장에서 해머와 대리석을 샀다.

유골을 훔친 뒤 깨진 대리석을 새 것으로 갈아 끼워 범행을 완벽하게 숨기려 했던 것. 그러나 같은 날 저녁 8시32분께 납골묘를 다시 찾은 박씨는 구입한 대리석의 크기가 다르자 범행을 포기했다.

박씨는 이달 2일 다시 납골묘를 찾아와 자세히 살피고 돌아간 뒤, 4일 밤 9시55분께 현장을 다시 찾아 1시간 가까이 서성이다 10시44분께 해머로 대리석을 깨고 유골함을 꺼내 사라졌다. 이어 5일 새벽 3시36분께 돌아와 납골묘를 물걸레질하며 증거를 인멸한 뒤 3시41분께 현장을 빠져나갔다.

박씨는 범행 후 자신의 1톤 포터트럭을 이용해 양평∼홍천∼인제∼속초∼울진∼대구 경로로 우회 도주하고, 최씨 유골함을 깨 대구 앞산공원 야산에 파묻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 검거 일등공신은 CCTV

그러나 박씨의 치밀한 범행도 CCTV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 CCTV 화면보다 선명하게 나온 사전 답사 화면을 찾아내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스포츠 머리와 얼굴 윤곽, 옷차림 등을 특정할 수 있어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식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경찰은 제보에 희망을 걸었다.

결국 공개 당일 저녁 8시20분 대구에서 신빙성 높은 제보가 접수됐다. 막대기를 휘두르는 행위와 걷는 자세가 박씨와 비슷하다는 내용이었다. 박씨의 통화기록을 조회한 경찰은 박씨가 범행 전후에 양평에서 8차례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박씨의 포터트럭이 범행 직후인 5일 새벽 양평군과 강원 홍천군을 통과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확보했다. 물증을 확보한 경찰은 곧바로 수사대를 대구에 보내 같은 날 밤 11시10분 박씨를 검거했다.

■ 석연찮은 범행동기

박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 신이 내렸는데 꿈 속에서 '최씨가 납골묘가 답답하니 흙으로 된 무덤으로 옮겨달라'고 했다"고 범행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또 최씨 납골묘에서 20m 떨어진 곳에 CCTV가 설치돼 있었는데도 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씨의 진술이 엉뚱해 정신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이웃들도 "박씨가 자신의 집과 가게에 법당을 차려놓고 평소 목탁을 두드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그러나 "박씨의 진술 내용이나 진술 태도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신 내림 운운은 실제 범행동기를 숨기기 위해 꾸민 허위 진술일 수도 있다고 보고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골 진위 확인될까

최씨의 유골은 박씨에 의해 나무상자에 담긴 채 경찰에 회수됐다. 하지만 이 유골이 최씨의 것인지 현재로선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신이 고열에 장시간 불타면서 DNA가 파괴돼 유전자 감식을 통한 진위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화재로 숨진 유해의 경우 피부 안쪽에 연골이나 혈흔이 남아있어 DNA 감식이 가능하지만 유골의 경우는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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