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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됐다 18년 만에 돌아온 '소녀'/ 납치범을 남편으로 인식, 탈출기회 있었지만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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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됐다 18년 만에 돌아온 '소녀'/ 납치범을 남편으로 인식, 탈출기회 있었지만 안해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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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때 미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타호 인근에서 납치된 소녀가 18년 만에 납치범의 두 아이를 낳은 채 가족 품에 되돌아온 사건을 둘러싸고 충격적인 사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비극의 주인공 제이시 두가드(29)는 집에서 약 40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인근 안티오크시에서 처참한 감금생활을 해왔지만 어느 시점부터 납치범 필립 가리도(58)를 남편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보도했다. 두가드의 양아버지 칼 프로빈은 두가드와 재회한 뒤 "제이시가 필립이 납치범이라는 생각을 중단한 채 남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납치범에 대해 강렬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두가드가 항상 감금 상태는 아니었고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양아버지 프로빈은 "제이시가 엄마를 만난 후 자신이 탈출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일종의 후회 내지는 죄책감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또 "납치범과 유대관계를 형성에 온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두가드의 가족들은 "우리와 제이시가 살아온 시간은 11년이고, 납치범과 생활한 시간이 18년이다"며 두가드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두가드는 11,13살 난 두 아이와 함께 가리도의 뒷마당에 있는 창고와 오두막에서 감금 생활을 하면서도 뛰어난 디자인 실력을 보일 정도로 재능을 보이고 있어 주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가리도에게 디자인 작업을 맡긴 적이 있는 인쇄업자 벤 도우드릴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리도가 두가드를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해 함께 만난 적이 있다"며 "가리도는 무척 정중했고, 두가드의 디자인 능력은 거의 천재적이었다"고 말했다.

가리도는 그의 부인 낸시(54)와 함께 납치와 강간, 불법감금 등 29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가리도가 1990년대 일했던 자택 부근의 산업단지에서 여성 시신 여러 구가 발견돼 1999~2002년 매춘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9명의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새롭게 지목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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