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균성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폐렴백신(폐구균 백신)'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종플루 환자가 폐렴 합병증으로 숨지고 백신 접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폐렴백신을 접종하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폐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코와 목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상주균이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병으로 발전한다. 신종플루 감염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구균 등 2차 세균질환에 감염돼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중구 서울백병원, 서초구 가야병원 등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의 폐렴 백신이 이날 모두 동이 났다.
세브란스병원은 폐렴백신 접종이 평소보다 3~4배 이상 급증하면서 25일에는 확보했던 백신이 동이 나 긴급히 공급 받았다. 서울대병원도 1개월에 50개 정도 나가던 폐렴백신이 최근 이틀 만에 300~400개가 나갈 정도로 접종이 크게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이날 하루 만에 준비했던 70여개의 백신이 동이 났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25일부터 폐렴백신이 바닥나 제약사에 추가 물량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다음 주나 돼야 백신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노피파스퇴르 관계자는 "올해 12만 폐렴백신 도즈의 뉴모-23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4만도즈를 추가해 모두 16만도즈를 공급하려고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되는 성인용 폐구균 질환 예방백신으로는 사노피파스퇴르의 '뉴모-23'과 한국MSD의 '프로디악스 23' 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폐렴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만 효과를 나타내므로 신종플루를 막으려고 이를 접종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영균 교수는 "폐렴 합병증의 원인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백신을 맞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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