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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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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다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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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은 '수다'를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쓸데없이'라는 말에서 알아챌 수 있듯, 수다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로 취급 받고 있다. 또 '말 많은 집은 장(醬) 맛도 쓰다''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처럼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수다, 특히 여성의 수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수다는 일상적 현상이 됐다. TV 라디오 인터넷은 물론 실내외 공간 어느 곳이든 온통 수다 투성이다. 수다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행위일까. 남성보다 여성이 더 수다스럽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할까.

▦독일 작가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은 <수다의 매력> 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호기심, 상상, 질투, 시기, 권태, 명예욕, 얘기하기 좋아하는 기질이 뒤섞여 수다로 나타나며, 수다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결점, 두려움, 소망을 타인에게 투사시킨다.''수다는 인간 폭로 욕구의 발현이며, 시간 장소 나이 직업 성별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이뤄진다.'그는 로마의 풍자가 유베날리스, 16세기 이탈리아의 풍자 문학가 피에트로 아레티노 등을 거론하면서 "2,000년 동안 글로 퍼뜨리는 수다는 남성의 영역이었다"고 했다. 수다가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 차는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연구결과, 여성은 하루 평균 남성(7,000 단어)보다 3배나 많은 2만 단어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녀의 두뇌가 다르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 사이먼 배런코언 교수는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에서 "여성의 뇌는 공감에, 남성의 뇌는 체계 이해 및 구성에 적합하게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했다. 놀이 방식, 관계 맺기, 양육 방식 등을 실험한 결과, 여성의 뇌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하기'에 뛰어났고, 남성은 체계를 분석ㆍ탐색ㆍ구성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수다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소리 내어 웃고 떠들면 엔도르핀 도파민의 체내 분비가 증가해 쾌감을 느끼게 되고 혈압도 낮아져 스트레스가 진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수다는 심각한 소음일 뿐이다. 어제 지하철에서 등산복 차림의 중년 여성 8명이 4명씩 마주보고 앉아 웃고 떠드는 바람에 출근길 기분을 잡쳤다. 점심 시간,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젊은 남녀의 수다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타인의 기분 감정은 아랑곳 없이 자기 스트레스만 풀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만인지, 그 심보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황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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