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주거안정과 복지를 위해 도심 주변의 그린벨트에 값싼 보금자리 주택을 조기에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실효성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취지는 좋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받들려고 대책을 '급조'하다 보니 시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마찰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무분별한 그린벨트 훼손을 막는 당연한 책임과 별도로, 사업의 전 과정과 절차를 처음부터 잘 따져보기 바란다.
2012년까지 32만 가구를 예약제로 공급하려면 강남 세곡ㆍ서초지구, 하남 미사지구, 고양 원흥지구 등의 그린벨트 78.8㎢를 단기간에 모두 해제해야 한다. 이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이들 지역과 주변 땅값 집값이 요동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보상문제를 둘러싼 민원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주변 집값보다 30~50% 싸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시작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그린벨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와 사전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않은 채 불쑥 계획을 던졌다.
재원 문제도 간단치 않다. '반값 아파트'를 연 8만 가구씩 지으려면 연간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는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에서 1조4,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토지주택공사에 떠넘길 생각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부채 85조원을 떠안고 10월 출범하는 토지주택공사로선 달가울 리 없다.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하려던 보금자리 주택을 정권 임기 내에 모두 건설함에 따라 이후엔 물량이 급감하는 기형적 공급구조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차기 정권의 그린벨트 훼손 유혹을 정당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약속한 'MB표 주택'으로 시장 안정,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 제공, 일자리 창출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득의만면한 표정이다. 선심 쓰듯이 서투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과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정책 안목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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