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사태를 주도했던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위원장 선거에 들어가면서 기아차 노조 등 각 산하 지부가 눈치보기에 들어 갔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강경세력의 득세를 우려하는가 하면, 계파간 이해관계로 기아차 등 산하지부 임단협이 10월이 넘어야 타결 가능할 것이라는 등 '장기화'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28일 오후 후보등록을 마치고 다음달 21일 6기 조합 위원장과 지부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가동,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당초 금속노조는 이번 선거가 축제 속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금속연맹에서 금속노조로 전환한 2007년 1월 5기 체제가 출범한 이후 2년여 만에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정반대다. 쌍용차 노조 파업은 물론 최근 기아차 노조 파업 등을 계기로 금속노조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후보등록 마감 하루 전날인 27일 오후까지도 등록을 마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금속노조 선거관리위원은 "각 후보자가 지부별 지지 세력 파악을 마친 마감 당일에야 등록이 몰릴 것"이라면서도 "이번 선거에는 5팀이 나왔던 지난 5기 때보다는 적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아무래도 최근 쌍용차 사태 등으로 형성된 노조 탄압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노사 갈등을 빚고 있던 산하 지부는 선거를 앞두고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곳이 기아차 노조. 지난 26일 기아차 노조는 전격적으로 그동안 거부했던 잔업과 특근까지 풀며 당분간 정상조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임단협이 아무런 결실없이 장기화되면서 파업과 특근 거부로 수입이 줄어든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조합원들 중에는 "투쟁했더니 월급만 줄었다"는 등 집행부를 비난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파업과 잔업거부로 일인당 100여 만원의 임금손실을 감수했다.
더 큰 원인은 금속노조 선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선거에 들어가면서 각 지부별로 계파간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어 자칫 무리한 투쟁을 했다가는 노노갈등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한 기아차 노조 간부는 난항을 겪고 있는 임단협의 '장기화'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노조 간부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선거 국면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아차 사태는 차기 집행부가 해결할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의 임단협은 새 금속노조 집행부가 꾸려지는 10월께나 타결될 전망이다.
이같은 사정으로 기아차 조합원들 중에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GM대우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타결한 임단협을 금속노조가 거부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한 기아차 노조원은 "금속노조가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무리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는 바람에 단위 노조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아차는 지난 3개월 동안 11차례 파업과 잔업거부 등으로 3만 5,000여 대의 생산차질과 약 6,000억 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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