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이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화두는 정치 복원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당장 9월 정기국회의 원만한 개회문제가 놓여 있다. 국정감사도 준비해야 하고, 여야간 이견을 다툴 필요조차 없는 해묵은 민생법안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의 변화 조짐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정치권에서 깊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지난 국회에서 밀어붙이기로 득을 본 한나라당이 새삼 대화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 민망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아 정치 복원의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그 사이에 청와대와 여권은 정치개혁, 중도실용개혁 등의 대형 이슈를 선점하면서 지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억울한 점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국회를 벗어나 장외에서 얻어낸 소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냉정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임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100석도 되지 않는 소수정당으로는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패배의식부터 과감하게 벗어 던져야 한다. 여권의 양보에 기대고, 안될 경우 걸핏하면 판을 깨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방식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정치사가 보여주는 냉엄한 교훈이다. 자신들과 지지자들로만 국한된 이런 식의 자족적 정치행태로는 민주주의 발전은 고사하고 민주당 자체의 역량과 저변 확대도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올해 조문정국에서 나타난 범국민적 추모 분위기는 민주당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될 만하다. 누가 뭐래도 국민 대다수가 재평가한 전 대통령들의 정치적 가치는 민주당의 가장 큰 자산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보이콧 명분이 됐던 현 정권의 소통부재, 일방통행식 행태도 조문정국을 통해 상당부분 희석된 상태다. 정치 복원을 더 미루다가는 명분도 실익도 모두 놓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줘야 할 국가적 현안은 도처에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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