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을 앞둔 암퇘지는 100kg이 넘는 비대한 몸이 폭 60cm의 좁은 분만틀에 갇혀 옴쭉달싹 못하고 지낸다. 새끼가 어미에 깔려 죽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갓 태어난 새끼돼지들은 꼬리와 이빨이 잘린다. 서로 꼬리를 물지 못하게 하고 어미의 젖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사육장의 닭들도 비참하다. 날개 한 번 펼 수 없는 우리에 촘촘히 갇힌 채 일년 내내 햇빛 한 번 못 보고 알 낳는 기계로 살다 죽는다. 키워서 잡아먹을 동물이라고,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 걸까. 또그렇게 얻은 고기와 달걀이 과연 사람 몸에 좋을까.
KBS 1TV가 26일 밤 10시~10시 50분 방송하는‘환경 스페셜-동물복지를 말한다’ 편은 한국에는 아직 낯선 개념인 동물복지권을 다룬다. 닭과 돼지가 얼마나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실태를 보여주고 것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살핌으로써, 동물복지의 필요성과 의미를 점검한다.
광우병 등 축산 파동을 겪은 영국에선 90년대 후반부터 집약적 밀집 사육에 대한 반론이 일어나면서 99년 돼지 분만틀 사용을 금지했고, 동물복지인증제도인‘프리덤 푸드’도 등장했다.
프리덤 푸드는 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 인증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부착하는 것으로, 소비자들도 육류를 고를 때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확인할 만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동물복지권은 최근 한국-EU간 FTA협상과 유엔 의제 등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도 현재 동물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식, 가이드라인 제정, 농장 시스템의 변화 등 대한민국이 걸어가야 할 동물복지의 대안과 대책 등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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