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 확실시되는 일본 민주당이 2011년도부터 전국 일제 학력조사를 없앨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력 평가를 위해 매년 4월 실시하는 학력조사를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추출 방식으로 바꿀 방침을 굳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 시험이 학교간, 지역간 서열화와 점수 위주 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3년 전 학력조사 도입 이후 학교마다 시험 점수 올리기 경쟁이 두드러졌다. 보충수업이 생겨나고 시험 준비를 돕는 추가 교원을 배치하는 교육위까지 나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학력이 부진한 학교를 자극한다는 명분으로 비공개가 원칙인 학력조사 점수를 공개해 학교 서열화를 부채질했다.
또 하나는 예산 문제다. 민주당은 육아지원, 고교교육 무상화 등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원은 예산 낭비를 철저하게 줄여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올해 학력조사를 위해 배정받은 예산은 49억엔. 민주당은 표본 시험으로 바꿀 경우 9억엔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학력 수준을 아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오히려 기존 학력조사에서 국어와 산수ㆍ수학뿐이던 과목을 늘려 더 다양한 학력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전국 학력조사는 1961년 처음 도입됐지만 당시에도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4년만에 표본 조사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전국 일제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한 한국은 2011년부터 점수를 학교별로 공개하고 성적에 따라 학교 지원에 차별을 두려 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사ㆍ학부모가 이를 반기는지, 지나친 경쟁을 제도화하는 것은 아닌지, 예산 낭비는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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